문화류씨

[스크랩] 충남대 공대교수님이 나에게 보낸 서신. 소개합니다.

ryu하곡 2011. 2. 14. 20:16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류씨 사람이고, 우리 집안에는 연안차씨와의 갈등이 있습니다.

연안차씨들이 근자에 들어와 문화류씨 시조이신 류차달을 차씨로

표기하며 문화류씨가 그 아들에게서 시작된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기

시작해서 발단이 된 일입니다. 그런 주장의 근거가 되는 가장 중요한

문헌이 "차원부설원기"(여러 다른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음)라는 문헌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차씨 집안에서 임진왜란 전에, 자신들의 내력을 조작해내려고

사육신을 기화로 해서 사육신들을 저자로 조작한 문헌임이 밝혀져서

현재는 문화류씨대종회에서 공식적으로 류씨와 차씨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천명한 상태입니다. 저는 그렇게만 하면 그저 한 집안 사람들의

주장으로 비칠 수 있고, 여전히 설원기가 사실인 양, 차씨 집안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학계에서도,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역사학계와 백과사전편찬

당사자들, 그리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직접 설원기가 위작(僞作)임을

증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성과로는 설원기를 자신의 연구에

사료로 사용하신 저명한 역사학자 한 분에게서 설원기가 위작임을 인정받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도 자신들의 역사 백과사전을 개정하겠다는 공식

확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원기를 찍어냈던

목판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는데, 저는 조만간 설원기가 위작이기 때문에

그 목판이 문화재로의 가치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문화재에서

해제하도록 시도할 예정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종사 문제에서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귀 종중에도 심각한 일이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떤 사실을 조작하기는 쉬워도 그것을 되돌려 놓기는 어려운,

안타깝지만 진실 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당사자가 아니면

시끄러운 일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본능도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과 비교를 하고 사는 것에 근본적으로 젖어 있어서 절대적인

정의감이 부족한 탓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주장을 하실 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을 가지고 학술적이고 절대적인 주장을 하고 그것을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하시는 일에 조금이라도 참고가 될까 하여 이런 장황한 말씀을 드렸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수건 교수의 논문을 두 편을 보내드립니다. 제가 직접 보내드리겠다고

먼저 말씀드리지 않고 연락을 해주십사고 말씀드린 것은 이것들이

학술자료이긴 하지만 공개된 글이 아니고 저작권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시간이 나면 이수건 선생의 연구자료들을 더 구해서 볼 예정입니다.

그 분의 기본 입장이었던 조작의 추방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신분의 역사에서 아주 심하게 일어난 행위가 바로 조작인데

그런 어두움의 역사를 개인이나 성씨집단들이 갖고 있고, 조작이 명백한

경우에도 바로잡지 않고 미래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무척

암담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선말과 일제를 거친 역사에서도 무엇이

정의고 불의인지 개념조차 서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수건 교수의 논문들은 전문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든지 하는 등의 공개적으로

사용하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귀 종중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제게도 알려주시면 제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저의

문중 카페 같은 곳에 소개도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결실 많이 맺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2008. 8. 13.

대전에서 류주환 드림.


충남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http://kenji.cnu.ac.kr/


출처 : 廣州 安 씨
글쓴이 : 안택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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