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일에 논리나 원리가 있듯이 제사에도 논리나 원리가 있다. 이 원리를 모르면 제사가 한낱 형식에 지나지 않은 지루한 하나의 의식에 불과하지만, 원리를 알게 되면 제사가 더 이상 어렵거나 지루한 의식은 아니다. 제사에 관련되는 한자를 알아 보자.
즉, 모든 기제사나 차례, 장례식에서 지내는 제사는 조상신을 모셔와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이다. 골격을 이루는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2)인사를 드리고, (3)술을 올리고, (4)식사와 차를 대접한 후 (5)제사를 끝낸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또한 문상을 가거나 참배를 할 때 분향을 하는 이유가 바로 혼을 부르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땅이 없다. 그렇다고 방바닥에는 술을 부을 수는 없다. 이렇게 흙과 풀을 담을 그릇을 모사(茅沙 - 풀과 모래) 그릇이라 부른다. 즉 그릇에 황토 흙이나 가는 모래를 담고 그 위에 풀을 담은 그릇이다. (풀 대신 짚을 조그마하게 묶어 올려 놓기도 한다.) 강(降)자는 내린다는 의미로, 강우량(降雨量), 하강(下降)과 같은 단어에 사용된다. 제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두번 절한다. 이와 같은 절차를 참신(參:뵐 참 神:귀신 신 - 신을 뵙는다)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참(參)자는 참배(參拜)한다는 의미이다. 결혼을 하거나 맹서를 할 때 술을 나누어 먹고, 아랫 사람에게 술잔을 내려 노고를 치하하고, 윗분에게 예를 다하기 위해서는 술을 올렸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잘 모셔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때 "죽어 석잔 술"이란 "제사 때 올리는 술 석잔"을 의미한다. 헌(獻)자는 바치거나 헌납(獻納)한다는 의미이다.
초헌은 제주가 하고, 아헌은 제주의 부인이, 종헌은 제주의 맏아들이 한다. 각각 술을 따라 올리고, 두번 절을 한다. 초헌을 제주가 하고, 아헌을 남자 형제가하고, 종헌을 제주의 맏아들이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호주제가 사라지는 마당에 남성 중심의 이러한 제사법은 옳지 않다고 본다. 아마도 남녀 구분없이 연장자 순으로 절을 하는 것은 어떨까? 잔을 올린 후 축문(祝文)을 읽고 절을 한다. 예를 들어 기제사에서는, "몇년 몇월 며칠, 아들(혹은 손자) 누구누구가 기일을 맞이하여, 음식을 차려 올립니다. 등등" 이런 내용을 미리 글로 써 두고 읽는다. 하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축문을 한글로 써 읽기도 하고, 별도의 축문 없이, "오늘 새해를 맞이하여 가족들이 모두모여 조상님께 인사를 드려려고 합니다..."하고 제주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혹은 묵념으로 대신한다. 혼백이 식사를 한다. 이러한 의식을 개반(開:열 개 飯:밥 반 - 밥 뚜껑을 연다)이라고 부른다. 젓가락은 반찬 위에 올려 흡사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재현한다. 이러한 절차를 삽시(揷:꽂을 삽 匙:숟가락 시 - 숟가락을 꼽는다)라고 부른다. 삽(揷)자는 꽂거나 삽입(揷入)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식을 합문(合:합할 합 門:문 문 - 문을 닫는다)이라고 부른다. 방 바깥에서 서서 기다린다. (혹은 무릅을 꿇고 앉아 있는다) 기다리는 시간은 밥 9 수저 정도 드실 시간이다. 국그릇을 치우고 숭늉을 올리고, 숟가락과 젖가락을 숭늉그릇에 담그어 둔다. 숭늉을 올린 후 숭늉을 마실 시간 동안 잠시 묵념을 한다. 이러한 의식을 헌다(獻:바칠 헌 茶:차 다 - 차를 바친다)라고 부른다. 다(茶)자는 차 다(茶)자이다. 중국에서는 차를 올렸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숭늉으로 대신한 것 같다. 밥뚜껑을 덮는다. 지방에 따라 숭늉에 밥과 함께 반찬들을 조금씩 넣는다. 이렇게 숭늉에 담긴 음식은 제사가 끝난 뒤 대문 바깥에 한지를 깔고 그 위에 올려 놓는다. 이 음식은 조상신을 모시고 갈 사자를 위한 음식이라고 한다. 이때 제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같이 절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지방을 태운다. 이러한 의식을 사신(辭:말씀 사 神:귀신 신 - 신을 보낸다)라고 부른다. 이러한 의식을 철상(撤:거둘 철 床:평상 상 - 상을 거둔다)라고 부른다. 철(撤)자는 거두거나 철수(撤收)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식을 음복(飮:마실 음 福:복 복 - 복을 먹는다)이라고 부른다. 제사 음식에는 복이 들어 있어서 복을 나누어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이다. 밥과 나물 등을 모두 비벼 똑같이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빔밥을 나누어 먹는 이 의식이 너무나 좋아 보인다. 조선시대에도 이러한 평등 사상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이러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등 배(北)자는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대고 서 있거나 앉아 있는 형상의 상형문자이다. 따라서 높은 사람이 집안의 안쪽에 앉으면 자연스럽에 등이 북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래서 등 배(北)자가 "북쪽"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따라서 제사를 지낼 때에도 혼백의 등이 북쪽을 향하도록 앉으니까, 자연히 제사상은 북쪽을 향하게 된다. 더우기 안방은 침대가 차지하고 있어서 제사상을 놓을 자리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혼백이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으시도록, 소파 앞에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맨 먼저 놓는 것은 밥과 국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물론 여기에서 비싸다는 의미는 옛날의 물가를 기준으로 보아야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동물성 음식(고기, 생선, 포)은 식물성 음식(나물, 과일)보다 비싸다. 그리고 육류는 생선보다 비싸다. 또한 요리한 음식(나물)은 요리하지 않은 음식(과일)보다 비싸다. 맨 앞줄에 과일, 다음 줄에 채소로 만든 나물, 다음이 적(부친 음식), 그 다음이 탕(끊인 음식) 순으로 놓는 방법이다. 옆의 사진이 그러한 예이다. 이때에는 앞줄이나 뒷줄로 보내면 된다. 혼백의 오른쪽에 좋은 음식을 놓는다. 차례와 같이 2~4대의 제사를 한상에 차리는 경우 오른쪽 부터 높은 조상신을 모시기 때문이다. 생선보다는 고기가 비싸기 때문에 고기를 혼백의 오른쪽(서쪽)에 놓는다. 꼬리가 먹기 좋은 쪽이기 때문에 혼백의 오른쪽(서쪽)에 놓는다. 죽은 사람에게 절을 할 때에는 항상 2 번한다.
이는 남자는 양(陽)이고, 여자는 음(陰)이기 때문에, 여자(陰)가 죽은 사람(陰)에게 절을 하면, 음(陰)과 음(陰)이 겹치기 때문에 4번이 된다. 제사는 지배하는 숫자는 다음과 같이 모두 양의 수이다. 따라서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김치는 제삿상에 올리지 않는다.( 일부 지방에서는 김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김치는 고추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이다) 한국에 들어온 내력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독한 고추로 조선 사람을 독살하려고 가져 왔으나, 오히려 고추를 즐기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고추는 임진 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 왔고, 이로 인해 제삿상에는 고추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또 생선 이름 중 치로 끝나는 멸치나, 갈치 등도 사용할 수 없다. 치(稚,어릴 치)자가 들어가는 고기는 준치, 넙치, 날치, 멸치, 꽁치, 갈치, 한치 등이 있다. 그래서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쓰지 않고, 집안에 복숭아 나무를 심지도 않는다 기에 대해서는 어떤 제한이나 금기는 없다 (오히려 조선 시대에는 이런 과일이 귀해 임금이나 가까운 신하들 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가급적 국산 과일을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이 말은 공자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담배를 즐겨 피우셨다고, 담배에 불을 붙여 제사상에 올려 놓는 사람도 있다. 담배를 제사상에 놓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돌아가신 분을 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TV드라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생전에 화투(花鬪)를 즐겼었다고, 어머니 제사상 앞에 화투를 갖다 놓고, 어머니와 화투치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감동 그 자체였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며 음식를 대접하고, 서로 간에 음식을 나누어 먹음으로서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명절증후군이라고 해서 명절이 되면 몸이 아파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족을 위해 일년에 몇 차례만 희생한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런 병은 사라지리라 본다.
참고로 진설(陳設)이란 제사상 차리기를 말하는데, 제사상은 법식에 따라 음식을 차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을 뒤집어 놓으면 집안마다 음식을 차리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성문의 갯수가 하나가 아니면 3개이다. 성문에 박힌 못의 갯수조차 홀수이다. 황제는 남자(양)이고, 따라서 홀수 중에 가장 큰 9가 많이 사용된다. 제사는 남자 중심(가부장 제도)으로 생겨난 제도이고, 따라서 모든 것이 양을 나타내는 홀수로 이루어 진다. 즉 가까운 곳에서 부터 맛있는 음식이나 귀한 음식부터 차례로 놓고 가장 먼 곳에 후식으로 먹는 과일이나 떡, 과자 등을 놓는다. 생선도 한마리나 3마리를 놓는다. 나물도 3가지나 5가지를 놓는다. 좌측에 할아버지, 우측에 할머니 밥과 국을 놓는다. 좌측에 증조부모, 우측에 조부모 밥과 국을 놓는다. (혹은 제주의 입장에서 볼 때 오른 손이 닿기 편한 곳에 좋은 음식을 둔다고 보면 된다.)
밥,국,술잔은 따로 놓고 나머지 제수는 공통으로 한다. 산 사람의 상 차림과 반대이다. 수저는 중앙에 놓는다. 연장자가 앉는 좌측에 비싼 고기를, 우측에 싼 생선을 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생선이 고기보다 비싼 경우가 있지만 1980년대 이전까지는 생선보다 고기가 훨씬 비쌌다. 꼬리는 서쪽(왼쪽)으로 놓는다. 이때 고기의 배는 남쪽을 향한다. 먹기 힘든 머리 부분은 오른쪽(동쪽)에 놓는다. 날 음식은 동쪽(오른쪽)에 놓는다. 흰색은 서쪽(왼쪽)에 놓는다. (대추, 밤, 배, 감에 각각 씨가 1,3,6,8개가 들어 있어서, 왕, 3정승, 6판서, 8도관찰사의 의미한다는 설도 있음) 다음이 적(부친 음식), 그 다음이 탕(끊인 음식) 순으로 놓는다. 적(炙)은 옛날에는 술을 올릴 때마다 즉석에서 구워 올리던 제수의 중심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제수와 마찬가지로 미리 구워 제상의 한가운데 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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