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차원부 설원기(눌재집의 응제서 위작인가)

눌재집의 응제서[차원부 추모시]의 진위여부

 

눌재집은 정조의 명에 의해 규장각 관원이 6권의 책으로 편찬하였고 5권은 규장각 관원이 수집한 글이고 마지막 1권은 후손들이 보관한 글들이다. 5권에 있는 응제서는 차원부의 설원과정과 관계되는 글이며 위작된 글을 규장각 관원들이 잘 못 알고 편찬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과연 그런 것일까?

 

 

1. 눌재집 목차의 일부

 

신해년(辛亥1791년) 규장각 관료에게 명하여(命閣臣) 유고를 후손에게 구하고(求公遺稿於後孫) 국사를 상고하여(仍考國乘) 모든 글과 편지등을 빠짐없이 찾아 모아서 6권을 만들었으며(傍及諸書 斷簡殘編 靡不徧搜裒成六編) 범례(凡例)는 모두 성상의 재가를 거치었고(悉經睿裁) 책 머리에 붙이는 서문을 성상께서 몸소 지으시고(御製題弁其卷) 내각의 원임 직제학 이병모에게 글씨를 쓰도록 명하시고(命內閣原任直提學李秉模書之) 원임제학 이복원에게 발문을 명하시었다(原任提學李福源爲之跋)

 

여러 책 속에 보이는 사적은(事蹟之散見諸書者) 유사속에 편집하고(輯爲遺事) 그 밑에 책의 이름을 달아놓았다(附於其下 各條注其書目)

 

규장각이 설치된지 16년동안(閣之設十有六年) 각신에 임명된 30인이 모두(拜職者凡三十人) 공의 외예들이다(皆於公爲外裔) 정조께서 이를 기이하게 여기시고(上異其事) 서문의 끝에 기록하여 놓으시었으며(識于弁卷之後) 각신들의 세파를 널리 상고하여(仍命博攷世派) 한권의 외예보를 만들어서(彙成一譜) 각신들의 집에서 각각 보존하게 하라고 명하시었다諸閣臣各藏于家)

 

눌재집의 목차까지 정조의 재가를 받았으니 그 내용은 정조가 어떤 마음으로 확인하였을 것이며 그것을 알고 있는 규장각 관원들이 눌재의 글들을 어떤 마음으로 찾았을지 알고도 남음이다. 또한 그들은 모두 눌재의 외예가 아니었던가? 정조께서 그리고 규장각 관원들이 차원부 설원기를 의심하지 않아서 눌재의 글로 오인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눌재집은 목차까지 정조의 재가를 받은 문집이다. 눌재집은 규장각의 존재 근원을 알리는 문집으로 규장각 제 일의 문집이라는 사명으로 정조와 규장각 관원들이 편찬한 서적이다.

 

2. 차원부 설원과정에 대한 정조의 입장

1) 1788년 4월4일은 160여 상언에 대해서 결정을 내렸다. 그 중의 하나가 차원부 증시에 대한 것이고 정조께서는 예조의 견해를 따랐다.

하동(河東)의 유학 차석주(車錫周)의 상언에, ‘선조인 고려조(高麗朝)의 간의대부(諫議大夫) 차원부(車原頫)에 대해 증시의 은전을 입게 해 주소서.’ 하였습니다. 오래 전의 일이라 가벼이 의논해서는 안 되니,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여, 그대로 따랐다. [일성록]

 

2) 1787년 2월6일은 80여 상언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그 중의 하나가 차원부 증시에 대한 것이고 정조께서는 예조의 견해를 따랐다.

유학 차세진(車世軫)의 상언에, ‘선조(先祖)인 고려의 간의대부(諫議大夫) 차원부(車原頫)는 은둔하여 나라가 패망해 가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꿋꿋한 절개가 있었습니다. 고려조에서 위화도(威化島) 회군(回軍)과 저위(儲位)를 정하는 것을 도운 큰 공렬(功烈)이 있었기에, 우리 조정에서 사시(賜諡)의 은전을 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였습니다. 오래전의 일이라 상고하여 믿을 수 없으니,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여, 그대로 따랐다.[일성록]

 

3) 1786년 9월7일은 70여 상언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그 중의 하나가 차원부 증시에 대한 것이고 정조께서는 예조의 견해를 따랐다.

광주의 유학 유급(柳汲) 등이 상언에서, ‘고려조(高麗朝)의 간의대부(諫議大夫) 차원부(車原頫)를 위해 시호를 주청하는 문제에 대해 해조로 하여금 품처하게 해 주소서.’라고 하였습니다. 차원부의 성대한 공렬에 대해서는 단묘조(端廟朝)에 시호를 하사하는 명을 입기에 이르렀으나, 수백 년 동안 거행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 가볍게 의논할 수가 없으니,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여, 그대로 따랐다.

 

보통의 왕이라면 하루에 그렇게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그 내용 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 하였을 수도 있지만 정조는 다른 왕이었다. 그리고 비록 예조의 견해를 따랐지만 차원부의 증시 요청이 3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정조 또한 차원부 설원기에 대한 시대적 고민을 함께 하셨던 것은 분명하다.

 

3. 차원부 설원과정에 대한 규장각 관원의 입장

1791년 정조의 명에 의해 규장각에서 눌재집을 간행하였고 눌재의 차원부 추모시를 눌재집에 실었다. 정조 시대의 관료들은 1786년~1788년 차원부의 증시를 믿을 방법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눌재께서 차원부 설원기의 발문을 지었다고 인정할 만한 추모시를 1791년 눌재집에 실었다.

눌재집에 정조의 명으로 그 이름이 올려진 규장각 관원이자 눌재의 외예들, 그들 중에 1786년~1788년에 규장각이 아닌 다른 관련 부서에 있었던 분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승정원에도 있었고 예조에도 있었다. 따라서 차원부의 설원과정에 대한 시대적 고민을 함께 하였던 관원들이었다. 다만 차원부 증시를 반대하였던 날자에는 예조와 승정원에는 거의 없고 다른 관청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차원부 증시 요청은 1786년9월, 1787년2월, 1788년4월에 있었다.

1786년 9월

이복원 : 좌의정

황경원 : 판중추부사

서호수 : 형조판서

유언호 : 이조판서

김재찬 : 이조참의

김 희 : 호조참판

조 경 : 공조참판

정민시 : 함경도관찰사

서유방 : 경기도관찰사

김재찬 : 강원도관찰사

박우원 : 강화유수

서용보 : 승정원 승지

 

1787년 2월

유언호 : 우의정 - 조경(2/23)

김종수 : 대제학

김 희 : 성균관 대사성

이복원 : 판중추부사

오재순 : 지중추부사

이성원 : 개성유수

이병모 : 이조참판

박우원 : 형조참판

정민시 : 함경도관찰사

서유방 : 경기도관찰사

김재찬 : 강원도관찰사

서용보 : 영변부사

 

1788년 4월

체제공 : 우의정

이성원 : 좌의정

이복원 : 판중추부사

조 경 : 판중추부사

유언호 : 판중추부사

김종수 : 형조판서

오재순 : 이조판서

박우원 : 이조참판

서정수 : 이조참의

서유방 : 경기도관찰사

서용보 : 영변부사-전라도관찰사

 

규장각 관원이자 눌재집에 정조의 명으로 그 이름을 올린 눌재의 외예들

그들이 편찬한 눌재집에 등재된 차원부 추모시

위작인지 검토하지 않고 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역사가 이유없는 시간의 조합이 아니라면

1786년, 1787년, 1788년 세 차례나 정조가 차원부의 증시를 승인하지 않았는데

1804년 정조의 아들 순조가 차원부의 증시를 승인하였다.

이는 그 과정에 눌재집을 간행하면서(1791년) 공적인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보야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눌재집의 범례

정조께서 내려주신 글(눌재집 서문)

눌제의 외예(외후손) - 규장각 관원

황경원/이복원/서명응/채제공/이휘지/김종수/유언호/오재순/조경/이성원/정민시/서호수/심념조/정지검/서유방/박우원/이병모/김희/김재찬/김면주/서정수/서용보/김동준/정대용/이만수/윤행임/서영보/이곤수/김조순/심상규

눌재집의 응제서[차원부 추모시]

어명으로 차운암(원부)(應制書 車雲巖原頫) 설원록을 지은뒤에 씀(雪寃錄後)

(巍巍星斗仰公名)      높고 높은 북두칠성 같이 공의 이름을 흠양하오

(一世皆知哲者情)      온 세상이 다 현철한 님의 심정을 알고 있소외다

(如何恐怯三四達)      어쩌자고 서너 너덧차례의 문초에 겁이나서

(不修公道護私程)      공도를 닦지 않고 사사로운 길을 지키시었소

 

공이 스스로 주석을 달기를(公自註) 박팽년(朴彭年)이 여러번 왕에게 말씀을 드렸으나(累次陳達) 원부의 충직한 실적을 쓰지 않은 것은(不書原頫罔僕之實跡者) 다만 자기집안의 후환을 두려워 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只慮私門之後禍而然也)

 

출처 : 천 산

글쓴이 : 천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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