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글에 언급된 갑파-을파 차서문제에 대해 한 말씀 드립니다.
우선 이와 관련해서 본 카페(“뿌리 깊은 버드나무”) 메인 게시판 353번에 저의 글이 있고 354번에 하곡님의 의견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계속 여러 분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서울에 사시는 종장 한 분께서는 친히 중앙박물관 등지까지 다니면서 이 문제를 추적하시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의 갑파-을파의 차서가 바뀌었다는 증거로 거론되는 것은 (존칭 생략) 류공권 묘지명, 고려사, 고려사절요, 동국이상국집(이규보), 류언침 묘지명 등입니다. 이 중 류언침 묘지명은 실체가 남아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들을 검토하면 대개 갑파-을파의 차서가 바뀌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학계 논문에서도 이런 결론을 여러 학자들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가정보와 그 후의 족보에서는 현재의 갑파-을파의 순서로 기록되어 있고, 바로 이것 때문에 문제를 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정보에는 류보발(柳甫發)의 아들 계고와 계조의 순서가 잘못되어 있고, 이것은 학계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집안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파-을파는 가장 중요한 갈래인데 그것에 착오가 들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a) 류공권 묘지명의 진위 여부, (b) 고려사 등의 묘사가 갑파-을파가 바뀐 것과 합치하는데, 반대의 경우와도 합치된다는 설명이 가능한지 여부, (c) 류언침 묘지명의 진위 여부, (d) 가정보의 오류 가능성의 네 가지 이슈입니다. 이 중 (c)는 잠깐 치워놓더라도 (a)와 (b)는 현재의 갑파-을파의 순서에 맞추어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d)는 집안에서는 중요하지만 만일 (a), (b)가 해결된다면 그에 따라 결정이 날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특히 류공권 묘지명의 조작설에 관해서는, 물론 묘지명이나 지석도 마음만 먹으면 조작도 가능합니다. 옛날에는 공신의 자손이면 혜택이 많아서 그런 조작이 시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조작을 했다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언제 어떻게 했는지 등에 대한 증거, 혹은 직접 증거까지는 아니라도 타당한 상황적 증거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 갑파-을파를 바꾸어서 얻을 이득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고, 묘지명의 묘사들이 당시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면 문간공(류공권) 위로의 몇 분들의 존재 증거가 함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 조작 운운이 실제라면 대체 누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심각한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학계의 의견을 가능한 한 크게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문사가 진실과는 상관없이 목소리 큰 사람들에 의해 영향 받는 것을 류차문제에서 보아왔는데 무척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학계 또한 절대적이라 할 수 없지만 거기서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어떤 주장을 할 수 없고, 한다 해도 논리적으로 부정되어 버립니다.
저는 집안이나 밖이나 똑같은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적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차서문제는 바뀌었다 해도 혹은 바뀌지 않았다고 해도, 집안에서는 문제가 되겠지만, 역사의 큰 틀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 4346. 4. 5. 류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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