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류씨

[스크랩] 號에 담긴 의미

ryu하곡 2013. 5. 25. 12:19
號에 담긴 의미



金慶洙(중앙대학교 명예교수,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공동 대표)



號는 名이나 字 이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는 호칭입니다. 명이나 자는 避諱(피휘)라 하여 名이나 字에 사용된 글자를 쓸 수 없지마는 호는 그렇지 않습니다. 호는 雅號(아호)와 堂號(당호)로 구분 할 수 있는데 아호는 우아한 호칭이라는 뜻으로 주로 예술가들이 즐겨 쓰고 당호는 살고 있는 집의 호칭으로 선비들이 거처하는 집의 명칭이었는데 뒷날 의미가 확대되어 그 집에 사는 주인의 호칭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호는 명이나 자와 달리, 제약 없이 누구나 불러도 되는 것인데 좀 더 오랜 옛날에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자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우리 고소설이나 수필류의 저자란에 호만 있고 본명이 없는 것도 이런 영향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 송나라 대에 이르러 호를 가지는 것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구양수의 육일거사, 도연명의 오류선생, 소식의 동파거사 등이 이 당시 이름난 호입니다. 송나라가 우리의 고려 시대와 같은 연대이니 우리도 고려조 이후에 호가 널리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러는 호가 본명보다 더 널리 알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황의 퇴계, 이이의 율곡, 정약용의 다산이 그렇고 현대의 문필가 육사, 지훈, 목월 등이 그러합니다.
명과 자는 부모나 존장자가 지어주므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것이지만 호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 짓는 自號(자호)도 가능하고, 타인이 그 사람의 특징을 살펴 지어 줄 수도 있습니다. 작호는 그 사람과 인연 있는 지명을 택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뜻을 살리거나, 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살펴 짓거나, 기호물을 참고하여 짓기도 합니다. 호를 지은 사람은 號說(호설)을 지어 호의 의미나 짓게 된 경위를 기록해 주기도 합니다.
필자의 農所(농소)라는 호도 동료들의 모임에서 정해졌습니다. 주역에 나오는 止健(지건)과 農所를 두고 설왕설래했는데, 고려대의 이동환 교수가 농소가 좋다고 하여 그리 정해졌습니다. 農所는 필자 고향의 지명인데 농사짓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이곳의 땅이 비옥하여 소출된 곡식이 원님에게 진상되었다고 해서 생긴 지명입니다. 다만, 호는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호를 가짐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는데 오늘날 이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를 움직인 한마디의 말』(글누림) 中에서




출처 : 전통의 명문 경주이씨 종친회
글쓴이 : 建園 이규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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