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류씨

[스크랩] 僞書는 파기되어야 마땅하다.

ryu하곡 2011. 2. 14. 20:09

 오랜만에 방문합니다. '문화 류씨 카페에 가입한 나만의 이유'를 게재했던 자호가 夜霖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이디를 변경하여 다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올해 광복절에 MBC에서 방영된 '위조되고 있는 독립 운동가'(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네요.)를 보다가 순간 '???설원기'를 떠올라 이에 대해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때 '삼국사기'가 지나치게 사대적이라는 일반적인 비판에 저도 동감하였습니다. 사실 고려시대에도 김부식공의 편협한 역사관에 대해 이규보는 동명왕편을 통해 우리의 고대사가 '鬼가 아닌 聖'임을 항변하였고, 보각국존 일연은 자신의 저작 '삼국유사'를 통해 '怪異함이 아닌 神異'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때문에 귀중한 고대 설화 등을 수집, 기록하여 오늘날까지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역사 속의 모든 기록은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라는 현재로선 지극히 순진했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조되고 있는 독립운동가'를 보니, 몇몇 가문에서 자신의 선조들을 근거도 없음에도 광복운동가로 날조하거나 기념비까지 건립하여 세인의 눈을 흐려놓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근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당연히 날조된 기록의 인멸은 물론이고, 기념비마저 파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잘못된 내용이 새겨진 기념비가 결과적으로 여러 논문이나 학술지 등에 인용, 확산되는 위험한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삼국사기'를 보면, 삼국 건국설화 즉, 卵生설화에 대해 김부식공 스스로 밝히기를 '심히 믿을 바가 못되나 오랜 세월이 흘러 實事처럼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물론 김부식공의 개인적인 역사관이 모든 역사의 기준일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실사처럼 되었다.'라는 표현만큼은 저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설원기', '??왕씨 원파기' 그리고 '위조되고 있는 독립운동가' 이 모두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제 나름의 대응의 논리는 이러합니다. '인멸과 파기'라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물론 역사 속의 모든 기록에 대해서가 아닌, 이미 검증을 통해 진위여부가 밝혀진 허위내용에 대해서는 그와 관련된 것(???설원기. ??왕씨 원파기 등)들은 분명한 '인멸과 파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근거에도 없는 내용이('기록'이라는 표현이 아까워서 그저 '내용'이라 표기하겠습니다.) 면밀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채, 마냥 인용되어 확산됨으로써 결국 끝임없는 논쟁의 구실을 마련함과 동시에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물론, 김부식공의 표현처럼 후손들조차 실사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오만하거나 무리한 발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만함이 아니라 단호함입니다. '류차분쟁(표현이 죄송합니다.)' 통해 앞서 말씀드린 여러 僞書들과 이에 대해 진위여부는 외면한 채, 한껏 부풀려진 내용에 마냥 도취되어 있는 후손들의 납득할 수 없는 감정적 대응과 무조건적인 신봉을 경험하다 보니, '삼국사기'의 사대적인 기록은 합리화될 수 없다고 해도 김부식공 나름의 노파심만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무한정 낭만적인 시각으로만 바라 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될 우리의 역사를 단지 가문 꾸미기의 뒷 배경으로나 악용하는 처사에 대해, 위조와 날조에 대해 단호한 행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류차분쟁'에 대한 문화 류씨의 단호한 결단과 행동은 역사에 대한 저의 인식을 바꾸어 놓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동기부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무런 도움도 못 되면서 단지,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천금같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합니다. (숫닭이란 제가 경주 김가로서 鷄林의 후예인지라 나름의 자부심에 약간의 재미를 더해 사용하고 있는 별명이니, 경망스럽다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출처 : 문화류씨 - 뿌리 깊은 버드나무
글쓴이 : 숫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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